1.
여러분들은 국밥과 비빔밥을 좋아하시나요? 한국인들이라면 최애 음식 정도는 아니어도 대부분 좋아하실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국밥과 비빔밥을 먹게된 이유가 똑같다는 것은 알고 계시나요?
본론을 말하기 전에 한국인들의 특이한 식습관을 먼저 이야기 해야 할 것 같네요. 여러분들 가만히 생각해보세요. 양식 중에 아주 뜨겁게 해서 먹는 것들이 얼마나 되나요? 5초안에 생각나는 것 말씀해 보세요. 아마 한참을 생각해야 말할 수 있거나, 아예 생각이 안나실 겁니다. 스튜나 스프 같이 따뜻한 요리들은 있지만 뜨거운 요리는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 요리는 많이 다르죠. 동양 음식들 중에 뜨거운 요리들이 많은데, 한국은 특히 더 뜨겁습니다. 가까운 일본만 봐도 우동이나 미소국 처럼 뜨끈한 음식들을 많이 먹죠. 그러나 우리는 찌개나 탕, 전골 같이 뜨거운 음식을 즐깁니다. 따뜻하거나 뜨끈한 정도가 아니에요.
밥도 마찬가지에요. 갓 지은 뜨거운 밥을 내어 주는 것을 예의로 생각합니다. 김이 모락 모락 나야지 손님 대접 받는 기분이 들죠. 조금이라도 식은 밥을 내어주면 예절을 다 갖추지 못했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2.
이쯤에서 가만히 생각해보자고요. 우리가 조선시대 양반집 노비들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양반들이 먹고 남은 음식들이 있을거 잖아요. 영화 광해에서도 이병헌이 먹고 남긴 음식들을 궁녀들이 나눠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와 비슷한 거죠.
이미 밥은 다 식었을 것이고, 그렇다고 그걸 그냥 버릴 수는 없잖아요. 아마도 양반집 노비들도 따뜻하게 밥 한끼 먹을 방법을 수도 없이 고민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 전자렌지가 있습니까? 오븐이 있습니까? 반찬이야 그냥 차게 먹으면 그만인데, 한국인들이 밥은 또 뜨거워야 하잖아요.
그래서 밥을 국물에 넣고 끓입니다. 그 당시에 찬밥을 다시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요. 그렇게 국밥이 탄생을 하게 되었던 거죠.
조선 초기 양반님들은 물에 밥도 안말아 먹었던 것 아시죠? 음식을 섞는 것 자체를 엄청나게 상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국밥은 순전히 서민들이 찬밥을 어떻게 해서라도 따뜻하게 먹고자 했던 매우 창의적이고 절박했던 음식으로 시작한 것입니다.
지금처럼 잘 갖추어진 국밥을 생각하시면 곤란하고요. 아마도 남은 음식 전부 넣고 끓여 먹는 수준의 잡탕으로 생각하시는 것이 더 정확하실 겁니다.
조선 중기 이후로 넘어가면서 온반이라고 하여 양반들이나 임금에게도 진상되었던 국밥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건 한참 후의 이야기죠.
3.
비빔밥도 국밥과 같습니다. 남은 음식을 좀 더 맛있게 먹기 위한 방법이었죠. 음식이 남았는데 별로 맛은 없죠. 다 식어서. 그래서 고추장이나 된장, 간장을 넣고 다 비벼서 장맛으로 먹었던 거죠.
당시로서는 차가운 밥을 뜨겁게 하지 않고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시대가 흘러 전주비빔밥, 경주비빔밥, 안동비빔밥 등 고급 식재료로 만든 예쁜 고명을 얹어서 양반들도 즐기는 음식이 되긴 했습니다만. 처음 비빔밥을 먹던 사람들은 그리 부유한 사람들은 아니었을 겁니다.
국밥과 비빔밥. 어떠신가요? 제 설명을 읽어 보시니 이제 같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조금은 드시나요? 서민들이 어떻게든 밥을 맛있게 먹고자 했던 애환이 담긴 국밥과 비빔밥. 이제 국밥과 비빔밥의 유래 정도는 알고 먹자고요 우리. 아마 여행이 더 재미있어 지실 겁니다.